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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칠드런 액트> 리뷰 (2)

by 웰싱커 2023. 5. 11.

음악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악 입니다.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 2(Partita No.2 in C Minor, BMW 826), 신포니아로 들려주는  바흐의 선율들이 영화와 함께 질서 정연하게 차갑고도 아름답게 흐릅니다. 때로는 낭만의 벨를리오즈의 연가곡 <여름밤중의 목가>와 말러의 가곡이 열기를 담고 흐릅니다. 예이츠의 시가 낭독되며, 그리고 그 시를 노래한  ‘Down by the Sally Garden’를 엠마톰슨이  피아노 연주와 함께 부릅니다.  청각까지 꽉 채워, 영화의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게 만듭니다.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예이츠의 시를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겠습니다.

 

강변의 들판에 내 사랑과 나는 서 있었지
기울어진 내 어깨에 그녀가 눈처럼 흰 손을 얹었네 
강둑에 풀이 자라듯 인생을 편히 받아들이라고 그녀는 말했지
하지만 나는 젊고 어리석었기에 이제야 눈물을 흘리네

아름답죠? 마치 피오나와 애덤의 만남과도 같은 시입니다. 

 

런던과 뉴캐슬

런던의 정취가 아름답게 담긴 거리, 우아한 건축물들, 색감, 의상이 보여주는 영상미에 흠뻑 빠져 눈이 너무나 즐겁습니다!

맑다가도 자주 흐린, 구름이 낮게 펼쳐져 깔린 하늘 아래의 런던의 풍경.

빗속을 미끄러져 가는 자동차들이 달리는 도로, 엄숙하고 웅장한 법원, 고급스러운 아파트.

런던의 풍경과 건축물들이 주는 영상미는 물론이고, 피오나의 출근룩인 스커트 슈트는 곧고 아름다운 엠마톰슨의 체형에 딱 맞아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런던의 상징 트렌치코트와 연주회에서 입은 초록색 롱 드레스 또한 지적이고 아름다운 피오나를 빛내 줍니다.

 

영화의 시작은 밤 시간, 피오나가 살고 있는 런던의 고급 아파트 건물의 외관입니다. 이 장면으로도 저는 직감했습니다. 이 영화는 취향 저격이다!

런던의 피오나의 아파트

반듯하고 엄격해 보이는 런던의 모습은, 늘 긴장과 책임감을 갖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하는 피오나와 닮은 듯합니다.  그런 일상 속에 피오나는 가끔 오랫동안 가져온 취미인 피아노 연주를 하며 잠시 머리를 식히곤 합니다. 피오나는 비록 바쁘게 살고 있지만, 음악을 무척 사랑하는 섬세하고 낭만적인 면모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 남편의 외도, 방황하는 젊은 애덤과의 만남으로 피오나의 이성이 아닌 감성의 영역은 순식간에 확장됩니다.  한때 자유롭고 젊음을 불태웠던 뉴캐슬로 가는 길의 자연의 광활하고 거친 풍경은 피오나가 잊고 있던 무엇인가로 다시 돌아가보는 암시이기도 합니다. 인생이 의문 투성이이고, 인생의 정답을 찾고 싶어 하는, 존재론적 질문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애덤의 모습은 위태롭지만 아름 답습니다. 아름다운 청년. 피오나는 beautiful boy.라고 하죠. 이제 인생에 대한 질문을 할 여유도 잊은 채 살아가는 우리 중년들의 마음에 돌멩이를 던지는 애덤입니다. 

 

 

 

엠마 톰슨

지적이고 합리적인 어른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며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하며 살고 있는, 권위 있는 피오나의 역할을 엠마 톰슨은 정말 훌륭하게 연기합니다. 곧고 바른 그녀의 체형과,  엄격하다가도 긴장을 풀 때 나오는 따뜻한 시선과 웃음을 가진 피오나. 큰 상실감에 깊은 슬픔을 담고 넋이 나간 듯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장면, 결국 무너져 내리며 우는 연기의 향연. 언제나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엠마 톰슨이지만, 다시 한번 존경의 박수가 나오며, 그녀의 지난 작품들을 다시 찾아서 보게 됩니다. 최근 마틸다에서 보여준 괴물 같은 교장 선생님 역도 정말 놀라웠죠.  러브 액츄얼리에서 우리의 가슴을 또 얼마나 울렸는지 기억나시나요? 이 영화에서 나오는 많은 캐릭터 중에서도 저에겐 가장 인상 깊이 남은 캐릭터였답니다. 그녀가 각색한 센스 앤 센서빌러티도 정말 좋아하는 영화인데요,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보려고 합니다. 엠마톰슨처럼 나이 들고 싶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며, 많은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는 영화입니다. 특히 중년의 당신이라면 강추.